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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사소해 보였던 일상의 모든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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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0-06-22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사소해 보였던 일상의 모든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원인 불명의 중증 자가면역 질환으로 하루아침에 사지마비 환자가 되었습니다. 말하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했습니다. 대소변도 보호자가 처리해 주었습니다.

스스로 숨조차 쉴 수 없어 기계가 넣어주는 산소에 의지해야만 했습니다. 상상하기 힘든 최악의 사지마비 상태로 2년의 6개월의 시간의 병원에서 보내야만 했습니다.

다행히 지극정성으로 간병해준 가족들과 의사, 간호사, 재활치료사등 여러 의료진들 덕분에 제 몸은 서서히 회복되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지금은 스스로 호흡하고, 말도 할 수 있게 되었고, 직접 밥도 먹고 대소변도 스스로 처리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끝내 다리는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스스로 일어서거나 걸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사실이 저를 늘 답답하고 초라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가고 싶은 곳이 있어도 마음대로 갈 수 없다는 슬픈 현실이 특히 여행을 좋아하던 제게 너무 잔인하게 다가왔습니다.

자유를 가로막는 보행 장애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저는 고개를 떨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발병 후 몇 달간 병실 침대에만 누워 있었습니다.

그 후 6개월 즈음 처음으로 누군가가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건물 밖으로 나가 시원한 바람을 맞았을 때의 감각,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직접 먹지도 숨 쉬지도 움직이지도 못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살아 있음에 참 감사하다고 느꼈습니다. 사람에게 이동이라는 것은 살아있음 그 자체입니다.

우리가 사회의 룰을 어긴 이들을 벌하기 위해 이동의 자유를 제한한 채 제한된 장소에 가두어 놓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장애인은 죄를 지어 벌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누구든 불의의 사고와 질병으로 장애를 가질 수 있고, 그들은 이동의 자유를 누리며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여기까지 회복한 것도 참 감사한 일이다. 때로는 가고 싶은 곳에 못가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못 만나더라도 참아야지. 바꿀 수 없는 것, 어쩔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고 인정해야지. 그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집중하며 행복해야지’ 라고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이제는 직접 휠체어를 밀고 다닐 수 있을 만큼 회복되었지만 마음 한켠에는 늘 이동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있었습니다. 더 멀리 더 자유롭게 이동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 국립재활원의 운전교육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리에 장애가 있어도 손으로 충분히 안전하게 운전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게 된 것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과장된 거짓말이라 생각했습니다. 고가의 최첨단 자동차를 이용한 극소수의 사례일 뿐 일거라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국립재활원 홈페이지를 통해 알아 본 후 제가 잘못생각 했다는 걸 알았습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있고 그 다양한 장애인들을 위해 인간의 상상력을 동원한 다양한 보조도구가 존재했습니다. 그 중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의 운전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보편적인 일이었습니다.

 

저는 오흥학 운전재활지도사님께 운전교육을 받았습니다.

처음 인사 후 지도사님에게 빽빽한 글씨로 쓰인 종이 두 장을 건네 받았습니다.

종이에는 <좋은 운전 습관 만들기 5가지>와 <쉽게 배우는 운전교육 꿀 팁>이 적혀 있었습니다. 단순히 기술로서의 운전이 아닌 좋은 운전을 위한 마음가짐과 안전운전, 방어운전을 위한 팁이 가득했습니다.

특히 강조하신 것이 운전교육 중 반복되는 사소한 모든 것들이 본인의 평생 운전습관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좋은 습관을 몸에 익히고, 좋은 운전, 방어 운전을 하겠다는 생각을 항상 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교육 중에도 좋은 운전 습관에 대한 다양한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덕분에 다른 난폭한 차들의 움직임 무심코 따라 하는게 아니라, 좋은 운전이란 무엇이고 잘못된 운전이 무엇인지를 알고 주체적으로 운전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국립재활원 운전교육의 좋은 점이 수도 없이 많지만 그 중 하나가 직접 집까지 찾아 와 주신다는 것입니다.

이동이 힘든 휠체어 장애인 입장에서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자주 운전을 하게 될 집 근처에서 도로연수를 받을 수 있어 정말 유용했습니다.

특히 집부터 회사까지 4번이나 왕복하며 이용 가능한 모든 길을 경험 해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또한 이러한 모든 교육이 무료복지로 이루어져 경제적 부담 전혀 없었습니다.

이런 양질의 교육을 무료로 받아도 되는 건가 감사함과 미안한 마음에 더 집중하고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도사님께서 굉장히 친절하셨습니다. 누군가에게 운전을 가르쳐 준다는게 쉬운 일이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배우자에게 운전을 배우면 백퍼센트 부부싸움 난다고 하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도사님께서는 시종일관 친절하고 애정 어린 말투로 교육을 해 주셨고 불안한 저의 마음을 안정시켜주셨습니다.

안전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때론 엄하게 지적하셨지만 그 또한 교육에 필수적인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비장애인에게도 운전은 쉬운게 아닌데 내가 가진 장애에도 괜찮을까? 혹시 잘 못한다고 선생님께 혼나지 않을까?’


지금도 많은 분들이 고민과 걱정으로 망설이고 계실겁니다. 장애를 갖게 되면 불편해진 몸과 함께 자신감을 잃고 의기소침해지기 마련입니다.

저도 그렇고 누구나 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움직이고 더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국립재활원과 오흥학 운전재활지도사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제가 누리고 살아갈 세상이 무한대로 늘어난 기분입니다.

 

저의 자유와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사회에 기여하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2020년 6월 19일 (금) 이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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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장애인 운전적응 교육을 받은 '이기*'님의 운전교육후기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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